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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라 노동력’ (New Collar Workforce)의 등장
최근 Intelligent.com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약 32%가 현장직(blue-collar) 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의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는 Z세대이다. 최근 몇 년 사이,Z세대는 전통적인 사무직(white-collar) 취업 경로를 포기하고 현장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뉴칼라 노동력(new collar workforce)’의 등장으로 설명된다. 뉴칼라 노동자는 기존의 사무직이나 전통적 현장직과 구분되는 새로운 노동 계층으로, 디지털 기술과 IT 기반 산업의 성장과 함께 부각되었다. 이들은 전통적인 교육과정의 고등교육 학위보다는 기술 중심의 비정규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성향이 있으며, 팬데믹 이후 급변하고 있는 청년들의 직업관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왜 Z세대, 특히 미국의 Z세대는 현장직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Z세대가 대학 학위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이 그들의 직업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4년제 대학 학위가 부, 명예,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팬데믹 이후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성공의 지름길이 아닌 경제적·심리적 부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미국 Z세대의 직업 선택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Z세대의 변화된 직업 선택 기준
그렇다면 한국의 Z세대는 어떠한 경향을 보이고 있을까? 물론 미국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문화적·제도적 차이가 있지만, 직업 선택에 대한 가치관 변화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5년 국내 한 채용 플랫폼이 Z세대 구직자 1,6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봉 7천만 원의 교대근무 블루칼라’와 ‘연봉 3천만 원의 야근 없는 화이트칼라’ 중 블루칼라를 선택한 비율은 58%, 화이트칼라를 선택한 비율은 42%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3%는 현장직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차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장직에 대한 인식이 ‘힘든 일’에서 ‘기술 기반의 유망 직업’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Z세대는 자신의 삶의 질, 경력 안정성, 공정한 보상 기준 등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정적인 사무환경과 수직적 조직문화가 팽배한 사무직보다는, 실질적 보상과 기술 습득 기회, 자율성이 보장되는 현장직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무직에 종사하던 청년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기·기계·물류 등 전문 기술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진로 선택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Z세대가 사무직을 떠나 현장직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가 현장직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연봉’(67%)이었다. 이어서 ‘기술 보유로 인한 낮은 해고 가능성’(13%), ‘야근 및 승진 스트레스 없음’(10%)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또한,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사무직의 직업 안정성이 약화되면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Intelligent.com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약 62%가 AI로 인해 사무직이 위협받을 것을 ‘다소 또는 매우 우려’ 한다고 응답했으며, 53%는 AI의 영향을 덜 받는 직무로 전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경향은 Z세대가 현장직을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든 일’로 보지 않고, 자율성, 독립성, 성취감을 이룰 수 있는 직업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Z세대는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일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사무직과 현장직 간의 균형 필요성
최근 3년 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서 미국 상장기업들이 사무직 인원을 평균 3.5% 가량 감축하며, 몇 년 이내로다수의 사무직 인력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Z세대의 사무직 기피 현상은 급속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 유행인지, 장기적으로 지속될 구조적 변화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만약 사무직 기피 현상이 고착화되어 Z세대는 물론 이후 세대들까지 현장직만 선호하게 된다면, 사무직은 AI에 의해 대체되고 현장직만 남게 되는 왜곡된 고용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더욱이 기술 발전이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현장직조차도 AI 로봇에 대체될 수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을 지배하는 시기를 우리 스스로가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장직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고, 직무 전환이나 경력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대학교육 회피와 현장직 선호는 단기적으로는 학자금 부담을 줄이는 등 편익이 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적자원 투자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사무직 쏠림이든, 현장직 쏠림이든, 극단적 직업 선호 쏠림 현상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지금은 직무 간 균형 회복과 직업 다양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Z세대가 자발적으로 현장직을 선택하는 것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단순한 불만이나 단기적 실망감으로 사무직을 포기하는 현상이 늘어난다면, 그 또한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무직과 현장직의 균형을 위해 직업교육, 경력설계 지원, 일터의 문화 개선 등 체계적인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Columnist

김정인
수원대학교 인문사회융합대학 행정학 전공 교수
한국정부학회 부회장
한국인사행정학회 국제협력위원회/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
단국대 지역개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및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Georgia에서 인사혁신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학교 한국인적자원연구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인적자원 관리 및 개발 관련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력들을 바탕으로 국내외 인사혁신 정책 발전을 위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