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Q1.
한국 프로야구가 꾸준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KBO리그는 350경기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1000만을 넘어 1200만 관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야구의 인기가 위기라는 얘기가 나왔던 점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야구장을 보면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모든 세대의 스포츠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야구장이라는 장소가 서로 다른 팬들의 취향을 모두 포용하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2.
과거와 비교해 최근 KBO 리그의 팬층이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사실 KBO 리그 관중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2024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과 중반 그리고 2024년에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설문조사 조사 결과를 보면 이때마다 프로야구의 전통적인 소비자로 여겨지지 않았던 ‘젊은 여성 팬’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조사한 작년 프로야구 관람객 성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 대상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5%가 여성이었고요. 기존 팬들이 떠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고객이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다양한 세대가 즐기는 공통의 취미가 됐고 천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3.
가족 단위 관중이 늘고 있는 야구! 과연 구장의 변화는?

사실 이런 변화는 천만 관중 기록 이전에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관중 수는 정체되면서도 구단의 입장 수익은 유지가 되는 현상이 있었는데요. 그 배경에는 새 야구장과 관람 환경 개선이 있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새 야구장이 지어지면서 점점 테이블석이 늘어나기도 하고 외야에 잔디밭이나 캠핑존 같은 다양한 좌석이 생기고 있습니다. 가족단위 관람객에게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야구단에는 객단가 상승효과가 돌아갑니다.
Q4.
해외 야구와 다른 KBO 리그가 가진 독특한 문화적 매력은 무엇일까?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와 비교하면 야구장 분위기가 조금 더 활기차고 자유로운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에 야구장을 찾아오는 팬들의 연령층이 젊어지면서 야구 경기를 즐기는 방법도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홈팀과 원정팀의 팬들이 동행해서 나란히 경기를 본다거나 아니면 경기와는 무관한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방문하는 팬들이 있죠.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확실히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Q5.
세계적으로 유명한 응원가 문화! 프로야구 인기 유지에 어떤 역할을 할까?

작년에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렸을 때도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한국식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했었죠. 팬들에게는 경기장이 하나의 플랫폼이라면 ‘야구 경기만큼 응원도 중요한 콘텐츠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관람객 성향 조사에서도 응원문화는 KBO 리그의 강점이면서 팬들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요소로 등장합니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주도해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한국만의 응원문화는 1990년대부터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북이나 꽹과리 같은 전통적인 악기나 도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1994년에는 막대풍선이라는 새로운 응원 도구가 등장을 했고요. 2000년대 들어서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Q6.
고령층도 즐기는 프로야구! 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을까?

최근 여러 구단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현장 판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야구 인기가 워낙 높아지면서 티켓이 온라인 예매로 전부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터넷 구매가 어려운 분들, 대표적으로 ‘노년층’이 야구장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이 나타났는데요.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현장 판매가 다시 시작됐다고 합니다.
Q7.
건강한 K-야구문화를 위한 리그와 구단, 그리고 팬들의 사례는?

앞서 말씀드린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현장 판매’가 바로 이런 사례인데요.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OB 팬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난처해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소개가 됐습니다. 요즘 팬들은 구단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잖아요? 이런 보도를 본 젊은 팬들이 현장 판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구단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변화가 팬들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고 또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요. 이렇게 팬들의 자발적인 제안이 리그 정책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KBO 리그 문화가 건강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Q8.
SNS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이 야구 팬층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지?

지난해부터 유튜브와 SNS를 통해 팬들이 만드는 숏폼 콘텐츠가 허용됐죠. KBO리그를 주제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굉장히 늘어났고요. 실제로 요즘에는 팬들이 정보를 얻는 루트로 포털 사이트보다 SNS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SNS 콘텐츠’가 중요해졌다고 하는데요. 특히 야구의 매력, 재미 같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전파된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숏폼 허용 전에는 실책 같은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희화화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긍정적인 효과가 확실히 컸습니다. 제가 의견을 들어본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이슈로 조회수를 늘리는 것보다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키려는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Q9.
야구장의 ‘문화 공간화‘도 느끼는가?

KBO 리그 구단들은 오프라인 경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한국의 야구장은 구단이 온전히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경험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행하는 ‘포토카드 발권기’나 ‘야구장 맛집’ 같은 오프라인 마케팅 요소들이 팬들을 불러오는 장치로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야구장에 가보면 경기 중에도 포토카드를 받기 위해서, 아니면 맛집 앞에 긴 줄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본말전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팬들이 야구장이라는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즐기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Q10.
K-야구의 지속 가능한 인기를 유지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지금의 야구 인기는 유행에 의해 번지고 커진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유행이 식으면 인기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2010년대 후반만 해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만 같던 관중 수가 급격히 줄어든 전례가 있습니다. KBO는 유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어떤 전문가 집단의 평가보다 더 다양한 팬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11.
‘건강한 K-야구문화’를 만들기 위해 팬들에게 바라는 점?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관람 권유’를 받았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스포츠가 바로 KBO 리그였다고 합니다. 팬들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경기 관람에 만족하고 주변에 소개하고 싶은 스포츠로 느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한때는 욕하면서 보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이미지가 있기도 했었죠. 야구팬들은 늘 화가 나있다는 이미지도 있었고요. 이제는 ‘그런 선입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야구를 재미있게 즐겨주시고요. 또 이 매력을 모르는 분들께 잘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