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현재와 미래,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전진우 수석

#미래
인공지능에 대한 이슈가 폭증함과 동시에 급부상한 기술이자 디바이스가 있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지난 2021년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성과를 갑작스레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개발 경쟁이 시작되었다. 또한, 최근 엔비디아가 생성형 AI와 자율형 AI를 넘어 ‘피지컬AI’의 시대를 주장하면서 그 핵심 기술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즉,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감각을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류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까지 탑재하게 되어 우리를 대체할 날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현재 수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금액 위에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24.3억 달러에서 2032년 66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전망을 오는 2035년에 최소 70만대에서 최상의 시나리오 적용 시 1157만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320만 명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예측을 고려했을 때, 노동력 감소 상황을 보완하고자 휴머노이드 로봇의 적극적인 활용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봇은 키 173cm, 몸무게 73kg으로 테슬라 차량에 들어가는 FSD칩이 탑재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28개의 액추에이터*가 탑재되어 있으며 사람의 평균보행 속도의 2배인 시속 8km로 걸을 수 있다. 가격은 2~3만 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고 한다. 옵티머스봇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전기차의 자율주행기술에 사용된 인공지능이 동일하게 적용됐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 현장을 누비며 학습한 다양한 인간 생활 방식과 행동들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른 시간 내에 학습해내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가 가장 높은 테슬라에서 만든 로봇이기에, 머지않은 미래에 가장 효과적으로 고도화 되어 사람들이 구매할 만한 로봇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액추에이터(actuator. 작동기, 작동장치) : 시스템을 움직이거나 제어하는 데 쓰이는 기계 장치. 전기나 유압, 압축 공기 등을 이용하는 원동 구동장치를 두루 일컫는 용어
한편, 엔비디아는 로봇 학습과 개발 지원 솔루션을 자사의 GPU를 기반으로 제공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아이작 그룻 N1.5’ 버전을 발표함과 동시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행동 추론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업데이트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광범위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이다. 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거의 공짜로 대중에 제공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테슬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강자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미국의 보스톤다이나믹스이다. 군사용 로봇 ‘빅독’을 비롯하여 물류로봇 ‘스트레치’, 로봇개 ‘스팟’ 등 동영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많은 로봇제품을 발표하며 기술력을 자랑해온 기업이다. 보스톤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초기 유압펌프를 사용하던 방식의 1기 ‘아틀라스’에서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2기 ‘뉴아틀라스’로 진화했다. 뉴아틀라스는 인간의 행동을 모사하는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가장 로봇답게 효율적으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사람처럼 360도 허리 회전을 하지 않지만, 뉴아틀라스는 허리가 360도 회전한다. 즉, 뉴아틀라스가 작업의 동선을 설정하는데 훨씬 효율적인 측면이 많은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첨예한 글로벌 로봇 개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 보급하는 등 정부와 기업 차원의 ‘K-휴머노이드 연합’을 구성해 대대적인 추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여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고, 엘지전자는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및 그 외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에 몰두하는 등 우리만의 독자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및 기업이 동시에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본격적인 상용화가 1-2년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우수한 학습력과 적당한 가격 메리트까지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 출시된다면 국내 산업 환경 및 우리의 일상 모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및 제작비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도 경쟁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대로 낮춰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거듭해야만 상황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대규모 일자리 감소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 주장하고,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일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겠지만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더 많은 사람이 고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가 아서 맨쉬는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 모든 것을 하게 되면 우리는 배우고, 적응하고, 혁신하려는 의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며 인간 의지 상실을 경계하는 발언까지 한 바 있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혼재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대하여 세계적 합의를 이루고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사회’가 서서히 우리 사회에 스며들기를 바래본다.
Columnist
전진우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로봇 칼럼니스트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과를 졸업하고 상명대 기술경영학(MOT) 석사, 숭실대 안전보건융합공학 박사(Robot Safety)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산업기술연구회(현 NST),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연구자이자 행정가로 재직했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기술정책 및 평가, 사업개발 등을 수행해 왔으며, 로봇안전인증 및 로봇표준개발, 로봇생태계 구축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추진한 로봇분야의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