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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의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역대 최악의 사이버 보안 침해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6월 15일 해커가 SK텔레콤의 홈 가입자 서버(HSS)를 비롯한 여러 서버 시스템에 침입하여 악성코드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되며, 국민의 사태 인지와 대대적인 언론보도는 2025년 4월경에 이루어졌다. 유출 정보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유심(USIM) 관련 정보로 한국 인구의 절반을 넘는 2,696만 명의 가입자 식별키가 해킹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통신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정보보호 투자 상황과 개인정보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급격히 요구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규모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은 현대 사회의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보안 사고는 단순히 개인이나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형태로도 발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들의 정보보호(보안)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의 정보보호 투자 비율은 전체 정보기술(IT) 투자 대비 평균 6%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의 평균 투자 비율인 2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SKT가 정보보호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본사(600억 원) 외 자회사 SK브로드밴드(267억 원)으로 총 867억 원이었는데, 경쟁사인 KT(1218억 원), LGU+(631억 원)에 비해 적은 금액이었다.

기업이 보안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수익 창출이 없는 지출 항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국내 기업 전반에서는 여전히 보안을 ‘비용’ 항목으로 인식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보안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성과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ROI)를 정량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사내 보안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며, 보안 문제를 기술부서의 전담 영역으로 한정하고 전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다루지 않는 경향 역시 여전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보안에 대한 투자가 일회성 비용 항목이 아닌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로 여겨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만 한다.
더불어, 이번 해킹 사고로 인해 우리는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사이버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보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상 정보유출 피해자에 대한 통지는 기본적으로 해킹 당한 ‘기업’이 하는 일이지만, 해킹 사고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역시 사이버 침해 사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경보하고 대응 방안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 산불 피해 방지를 위한 문자처럼 사이버 침해 사고 시에도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위험성을 알리는 경보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의 실효성도 함께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활용하는 정부의 정보보호 인증은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2개와 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1개 등 모두 3개다. ISMS 인증은 정보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위험 관리, 사고 예방 및 대응, 복구 등 80개 기준을 통과한 기업에 부여한다. 다만, ISMS 인증 기업이 신고한 정보침해 사고 건수는 2020년 0건에서 2021년 6건, 2022년 13건, 2023년 101건, 2024년에도 96건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있었던 SKT 역시 보안 인증 심사를 받은 지 불과 6개월 후에 해킹 사태를 겪었다. 따라서 인증 기준을 빠르게 현행화 시켜야 하며, 인증 기준에는 없더라도 시시각각 고도화되는 사이버 해킹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체 보안 역량을 계속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 안보, 공무상 기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는 국가 정보기관 및 공공기관의 경우 더욱 강력한 보안체계를 구축해야만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 침입 차단-탐지-대응-복구 등 다계층 방어 체계의 구축, 2) 보안 취약점 상시 점검 및 개선, 3)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유 및 공조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보안을 단속해야만 한다.
한편 최근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AI를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방어해낼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는데 AI기술이 활용된 대표적인 예가 ‘AI 기반 보안 관제’이다. 한 사람이 하루에 수백만 건에 달하는 보안 위협을 분석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AI 기술 덕에 사람의 개입 없이 보안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보안 위협을 찾아내고 위협의 원인과 추후 공격 양상 그리고 잠재적인 공격자 등을 식별해 고객의 주요 자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디지털 사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사회, 경제 등 모두가 연결되는 ‘초연결 구조’이다. 말 그대로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 사회, 경제 활동 시스템이 전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관문을 잠그고 외출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인 것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보안 역시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만 한다. 아직까지는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정보보안 의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겪은 혼란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획기적인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Columnist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데이터·AI법센터 대표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플랫폼법정책학회 부회장
고려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로스쿨 방문학자를 거쳤다.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보통신부, 국무조정실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행정 경험과 법률 실무를 기반으로 AI, 데이터, 개인정보, 인터넷, 정보보안, 방송, 통신 등 ICT 전 분야 법과 정책에 정통한 권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