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알아두면 쓸모있는
2025년 트렌드 키워드 세 가지

김현정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선임 컨설턴트

#트렌드
#옴니보어 #토핑경제 #아보하
2025. 아직은 어색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해가 밝았으니,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도 알아 봐야겠죠.트렌드(trend)는 ‘동향, 추세, 시류, 풍조’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 뜻처럼 트렌드를 알면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개인의 삶이나 업무에 적용하며 시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도 있습니다. 트렌드에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 즉 욕망과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팀에서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발표했습니다. 10개의 트렌드 키워드가 모두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것만큼은 알아두면 좋겠다’하는 키워드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잡식성 소비? 옴니보어
세대 별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습니다. 와이즈앱에서 실시한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 60세 이상 사용자들이 가장 오래 쓰는 앱 1위에 숏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TikTok)’이 이름을 올렸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틱톡은 10대가 주로 이용하는 앱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고정관념이 깨진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 ‘옴니보어(Omnivore)’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옴니보어 트렌드를 1번 키워드로 소개하며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사전에서 옴니보어의 뜻을 찾아보면, ‘잡식 동물’ 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트렌드 키워드로서의 옴니보어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다채로운 관심사를 가지며 자신만의 소비패턴을 보이는 소비자를 의미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볼게요. 2024년, 프로야구 리그 정규 시즌 관중이 사상 최초로 1,000만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었죠. 스포츠 경기 관람은 남성이 많이 할 것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인데요.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의 주역으로 여성이 꼽히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유튜버가 가장 많다는 우리나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기를 얻는 채널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고정관념을 깬 콘셉트와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경우가 많습니다. 시니어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Milanonna)가 100만 구독자를 앞두고 있고, 유튜버 귤 까먹는 소리(@cook_gyuri10)의 ‘중2 혼밥 레츠고’ 영상이 몇 천회 조회수가 기본으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만 패션 유튜브를 운영하라는 법 없고, 어른만 요리하라는 법 또한 없죠. 이 관념을 깬 유튜버들이 취향과 탄탄한 실력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브랜드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그리고 출시 후 이를 홍보하려고 할 때 인구학적 기준으로 타겟군을 설정하고, 이 집단의 대표적인 특징을 분석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Z세대를 타겟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경우에는 틱톡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거나,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의 행보가 자주 목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 큰 성과를 만들기도 하지만, 철저히 외면 받기도 합니다. MZ세대의 마음을 홀리기 위해서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해야 한다가 성공 공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2018년에 출간된 책 <마케터의 일>에는 ‘나이와 성별 없이 핵심고객을 표현해 보자’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어서 저자는 ‘라이프스타일로 정리해 보자’라고 제안합니다. 집단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옴니보어 트렌드를 보고 이 책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었을 당시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에도 나이나 성별 등에 따른 특징을 규정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요?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하게 살피고,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취향대로, 필요대로! 토핑 경제
취향과 관심사가 다채로워지며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생겼고, 옴니보어라는 트렌드가 탄생했는데요. 다채로워진 소비자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음식이나 물건 등에도 다채로움이 생겼습니다. 토핑을 통해서요. ‘토핑 경제’ 트렌드를 두 번째로 살펴보려 합니다.
토핑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과 마라탕입니다. 취향껏 토핑을 고를 수 있어 인기를 모은 대표적인 사례죠.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갖가지 토핑을 추가해 즐길 수 있는데요. 토핑을 추가할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내 만족을 위해 투자 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이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자신이 즐겨 먹는 조합을 추천하며 ‘5억 요아정’이라는 밈(Meme)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텀꾸(텀블러 꾸미기) 등 N꾸 열풍도 토핑 경제가 트렌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레고트(LEGODT)는 2024년 하반기, 소비자가 텀블러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상의 텀블러 제품과 악세서리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대로 그리고 필요대로 화장품이나 샴푸의 성분을 넣거나 빼고, 영양제 조합을 바꾸며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토핑 경제는 소비자가 함께 참여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성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애정이 생길 수 밖에 없겠죠. 옴니보어를 분석하고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여러 시도를 펼치는 것과 함께 소비자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어두운 불빛 아래 촛불 하나
와인 잔에 담긴 약속 하나
(중략)
나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꿈 같진 않아도
너만 있어 주면 돼♬
아로하? 아니고, 아보하!
노래 아로하의 가사 일부입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화자는 큰 걸 바라지 않습니다. 너 하나만 있어 주면 된다고 말하죠.2025년 트렌드 키워드로 꼽힌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인데요.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노래 아로하와 이름뿐 아니라 그 뜻도 유사합니다. 자극이 많은 세상, 아무 탈 없는 안정적인 하루, 즉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책 트렌드 코리아의 대표 저자 김난도 교수는 행복을 과시하는 것에서 발현한 피로감, 내일에 대한 낮은 기대감에서 아보하가 도출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요. 아보하 트렌드로 하여금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잘것없이 여기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여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한 소비보다는 내 숙면을 위해 필로우 미스트를 구매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오일을 구매하는 행위는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할테니까요. 우리 모두가 불확실함의 연속인 세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소소하게 마주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로 가득한 일 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옴니보어, 토핑 경제, 아보하. 이 세 가지 키워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개인’으로 부터 탄생한 키워드라는 것입니다. 2025년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 세 가지 트렌드는 우리 삶에 다채로움과 안정감을 주며 함께 나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각자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각자에게 맞는 생활 방식이 있으니까요. 앞으로 소비자가 나 자신에게 꼭 맞는 것들로 일상을 채우고 유유히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경쟁우위에 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Columnist
김현정
김현정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선임 컨설턴트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온·오프라인 활동으로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한경 비즈니스 매거진, 프로스포츠 산업정보 매거진 ‘프로스뷰(PROSVIEW)’ 등에 브랜딩, 마케팅, 트렌드 관련 칼럼을 기고하며 많은 브랜드 관계자와 소통하고, 동반 성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