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아픔에 대해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아임 파인 땡큐 앤유? 우리는 지금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담겨진 1코노미를 사는 지혜!

- 경향신문 박병률 차장
민원왕과 원칙주의자의 만남

아픈 역사를 꼭 어둡고 무겁게 만날 필요는 없다. 슬픈 웃음은 때로 더 큰 울림을 준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유머와 풍자로 폭로했다.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가 꼭 그런 영화다. 영화 전반부엔 생각 없이 웃지만 후반부, 그 웃음의 의미를 아는 순간 끝내 눈자위가 벌겋게 된다.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말할 수 있어요’와 ‘증언하겠습니다’다. 일흔여섯의 봉원동 할매도깨비, 나옥분 여사(나문희 분)는 민원왕이다. 20여 년간 명진구청에 넣은 민원만 무려 8,000여 건. 명진구청 공무원들은 나옥분 여사라면 혀를 내두른다. 이런 곳에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 분)가 전출 온다. 옥분과 민재의 신경전이 극에 달할 즈음, 옥분은 우연히 민재의 영어실력을 엿듣는다. 그리고는 요구한다.
자신의 영어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민재는 이런 옥분이 생뚱맞다. 그 나이에 웬 영어인가. 옥분은 동네 곳곳을 간섭한다. 불합리한 것, 부조리한 것들은 참지 못한다. 옥분이 ‘오지라퍼’가 된 이유는 외로워서였다. 옥분만 외로울까. 옥분은 민재 동생의 밥을 챙겨준다. 민재가 묻는다. “(밥을) 왜 챙겨주신 거예요?” 옥분이 답한다. “아이가 라면 부순 걸 먹고 있더라고. 짠해서. 나도 혼자 먹으면 적적하니까.” 그렇지, 혼밥은 확실히 맛이 없다.
자신의 영어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민재는 이런 옥분이 생뚱맞다. 그 나이에 웬 영어인가. 옥분은 동네 곳곳을 간섭한다. 불합리한 것, 부조리한 것들은 참지 못한다. 옥분이 ‘오지라퍼’가 된 이유는 외로워서였다. 옥분만 외로울까. 옥분은 민재 동생의 밥을 챙겨준다. 민재가 묻는다. “(밥을) 왜 챙겨주신 거예요?” 옥분이 답한다. “아이가 라면 부순 걸 먹고 있더라고. 짠해서. 나도 혼자 먹으면 적적하니까.” 그렇지, 혼밥은 확실히 맛이 없다.
달라진 가구 형태와 1코노미
영화에는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민재 형제는 둘만 산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억척스러운 족발집 혜정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처녀다. 이웃인 진주댁의 슈퍼에도 다른 가족들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유별난 것일까?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2016년 기준 5가구 중 1가구는 홀로 사는 1인 가구다. 2인 가구까지 합치면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고령자 가구는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다. 저출산·고령화는 급격히 대가족을 해체시켰다. 아이를 안 낳아서, 사별해서, 이혼을 해서, 일자리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이 적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1,000만 가구가 넘는다. 바뀐 가구형태는 소비형태도 바꾸고 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산업도 생겼다. 1인 가구가 증가해 생긴 경제현상을 ‘1코노미’라고 한다. 1인(일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1코노미 시대의 대표적인 신조어가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여(혼자 여행가기), 혼놀(혼자 놀기)이다. 소포장·소용량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즉석에서 만들어 소비할 수 있는 간편 상품도 많아졌다. 영화 속 민재 형제가 먹는 냉동만두나 라면은 혼밥족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다. 편의점 이용이 늘어나면서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는 사람), 편채족(편의점에서 1인분 요리에 필요한 채소를 소량 구매하는 사람)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혼금’(혼자금융) 마케팅도 시작돼 1인 가구 맞춤형 연금상품·전세자금대출이나 1인 가구가 많이 기르는 반려동물 보험이 출시됐다.
현재와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늘어나자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여성 1인 가구의 46.2%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범죄발생(37.2%)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20대 여성의 불안심리가 컸다. 택시운전자의 신상정보를 알 수 있는 카카오택시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여성호신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짓수, 태권도, 복싱 등이 각광을 받기도 했다. 1코노미 시대는 타인의 시선이나 미래를 의식하기보다 현재와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For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첫 글자로 만든 포미(FORME)족이나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욜로족(Yolo)이 그런 사람들이다. 기업들은 이런 1인 가구를 겨냥해 제품을 집중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 일컫는다. 창업시장은 재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세청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2014년~2017년) 스포츠시설운영업(단전호흡, 마인드컨트롤, 탁구장 등), 헬스클럽, 피부관리업, 커피전문점 등은 새로 문 여는 곳이 많았다. 건강과 여가를 즐기는 포미족을 겨냥한 창업이다.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애완용품점과 동물병원도 크게 늘어났다. 반면 결혼기피로 예식장, 결혼상담소, 산부인과 등은 문을 닫았다. 일식전문점과 편의점이 증가하고, 호프전문점, 간이주점이 줄어든 것도 1인 가구 시대의 현상이다. 일식전문점과 편의점은 1인 메뉴가 많아 혼밥러(혼자 밥먹는 사람) 혹은 혼술러(혼자 술마시는 사람) 등이 찾기 쉽다. 반면 호프점과 간이주점은 회식문화가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간편하게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매장 없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은 대폭 늘어난 반면 오프라인 옷가게는 줄었다.


1코노미 시대를 현명하게 맞이하는 방법

민재는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욜로족이다. 매우 자기중심적이어서 남의 일에 간섭하기를 끔찍이 싫어한다. 그러다 남을 위해 사는 옥분 할머니를 보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옥분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평생을 혼자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갔던 위안부였다. 가족마저 그녀를 외면하면서 옥분은 평생 숨어 지낸다. 하지만 친구 정심이 미 하원 공개 청문회를 앞두고 쓰러지자 마음을 다잡는다. 그녀는 단상 앞에서 일본이 자신들에게 했던 잔악함을 전 세계에 까발린다. “Yes, I can speak”(네. 증언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가 바탕이다. 2007년 미 연방하원의 위안부결의안(HR 121)표결을 위한 청문회 때 증언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가 모티프다. 어쩌면 영화는 1코노미 시대를 현명하게 맞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자기만의 작은 방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나와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살아야 되는 시대라고 말이다. 그 시작은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다독여주는 데서 출발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민의 지지도 그 중 하나다.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왜 말하지 못하고 평생 숨기고 살았느냐”며 옥분을 붙잡고 통곡하는 영화 속 진주댁처럼 말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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