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학

잘한 손절매도 승리다
영화<덩케르크>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경향신문 박병률 차장
팩션은 힘이 세다 ‘9일간의 기적’
놀란 감독은 ‘플래툰’이나 ‘람보’ 스타일의 영웅을 불러오지 않았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탄에 떨며 살아남기 위해 비굴함을 서슴지 않 는 패잔병들의 생존을 냉정하게 다룬다. 그 생생한 표정을 놀란 감독은 아이맥스카메라로 잡았다. 영상은 세 명의 다른 공간을 주시한다. 해변(방파제), 바다, 하늘이다. 소년병사 토미의 일주일과 요트 문스톤호 선주 도슨 부자의 하루와 영국공군 스피트파이어의 조종사 콜린스의 한 시간은 ‘탈출’이라는 한 곳에서 만난다. 덩케르크 철수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처칠은 말한다.
“전쟁에서 철수는 승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덩케르크에서의 철수는 승리입니다” 처칠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귀환한 전사들은 재무장해 독일에 맞섰고 끝내 전세를 역전시킨다. 만약 덩케르크에서 이들이 전멸 했다면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2차 세계대 전 최고의 전환점 중 하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윈스턴 처칠은 덩케르크 철수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직후 이런 명연설을 남긴다. 영국의회에서 연설을 마친 그는 승리의 V자를 내보였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의미하는 상징이 됐다.
팩션(Faction]은 힘이 세다. 사실과 이야기가 결합될 때 관객들은 저도 몰래 빨려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역대 최고의 철수 작전으로 불리는 2차 세계대전의 덩케르크 철수작전(작전명 다이 나모) 을 아이맥스 화면에 담고 있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를 빚어낸 바로 그 감독이다. 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40만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이 프랑스 북서쪽 작은 해변 덩케르크에 고립된다. 독일의 기갑부대는 막강했다. 더는 싸울 수가 없다고 판단한 영국은 철수를 결정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바다에는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가, 하늘에서는 독일 전투기 ‘메서 슈미트’가 도버해협을 가로막고 있다. 아군을 구해낼 수송함도 부족하다. 이때 기적이 일어난다.
영국 민간인들이 자신의 요트를 몰고 구조 작전에 참여한다.
처칠이 생각했던 철수 인원은 3만 명. 하지만 33만5000명이 탈출에 성공한다.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일어난 9일간의 기적이었다.
철수할 땐 철수해야 한다 ‘손절매’
제아무리 명장이라도 전투에서는 매번 이길 수 없다. 수많은 전투는 진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다만 패했을 때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 후퇴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 ‘작전상 후퇴’를 투자용어로 말하자면 ‘손절매’와 닮았다. 손절매란 손해(損)를 끊어(絶)버리는 매매(賣)를 말한다. 줄여서 ‘손절’이라고도 한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매입한 주식이 예상과 달리 가격이 하락했다. 하락장이라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도 주식을 매도해 손해를 확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쥐고 있다면 손해액이 더 커져 다음 투자할 기회를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손절매의 기준은 사람마다, 종목마다 다르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던 주식투자서 중에는 손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의 3%에 이르면 손절매하라는 권고를 많이 한다. 이른바 ‘3%룰’이다. 손절매가 어려운 이유는 손실회피성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손실회피성향이란 손실을 꺼리는 심리다.
행동경제학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잃을 때 느끼는 아쉬움은 얻을 때 기쁨의 2.5배쯤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1만 원을 흘려서 잃어버린 속상함은 2만5000원을 주워서 얻는 기쁨과 강도가 비슷하다는 의미다.
손실의 기준은 통상 원금이 된다. 그러니 투자상품의 평가금액이 원금 아래로 내려간 상태에서 손절매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물타기(매입 주식이 하락하면 그 주식을 저가로 추가 매입해 매입 평균단가를 낮추는 투자법)로 버티는 경우도 많다. 시간을 벌 수 있지만, 하락장이라면 추가적인 손실을 볼 수 있다. 손실회피성향이 재밌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가상의 이익에 대해서도 적용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억 원에 산 집이 7억 원까지 올랐 다가 6억 원으로 떨어지면 괜히 손해를 본 것 같아서 선뜻 집을 팔지 못한다. 그렇게 망설이다 집값이 폭락이라도 하면 이익을 볼 기회를 통째로 날리 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울고 웃는 손실회피성향 사례‘뉴튼 VS 케네디’
손실회피성향은 때로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 막는다. 재밌는 몇 가지 역사적 사례가 있다.‘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든 아이작 뉴턴이 망신을 당한 케이스 다. 뉴턴은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에 투자를 했다. 남해회사는 영국정부로부터 스페인령 중남미와의 무역독점권을 부여받은 회사였 다. 1720년 초 128파운드였던 남해회사의 주가는 7월에 900파운드를 넘어섰다. 초반에 주식을 매입했던 뉴턴은 2배의 가격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봤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상승하자 손실회피성향이 발동했다. 일찍 매도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뉴턴은 다시 투자에 나섰다 가 투자금의 절반을 날린다. 8월부터 추락한 주가는 이듬해 초 1년 전 주가로 되돌아갔다. 뉴턴은 훗날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했지만 광기는 계 산하지 못했다”는 명언을 남겼다.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였던 조지프 케네디는 1928년 가을 구두닦이가 “나도 주식투자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가진 주식 을 처분했다. 주식을 모르는 구두닦이가 투자할 정도면 버블장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 투자자들은 “이렇게 시황이 좋은데 매도라니”라며 비웃 었지만 1년 뒤 대공황이 터지면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조지프 케네디는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고 정계로 진출한다. 그의 아들이 대통령이 된 존.F. 케네디다. 조지프 케네디는 “최고점에서 주식을 파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손실회피성향의 유혹을 이겨낸 아버지 케네디의 판단이 정치명문가인 케네디가를 탄생시킨 셈이다.
장르 액션, 드라마, 스릴러, 전쟁
개봉 2017 .07.20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화이트헤드(토미), 마크 라이런스(도슨), 톰 하디(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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